작성일 : 12-07-13 17:00
[재야의 고수]“손님과 通하니 포차가 기업되더라”
 글쓴이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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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만든 아이템, 그리고 손님들과 욕하며 부대낀 달콤한 교감 그것이 '정든 닭발' 성공을 이끈 소중한 밑천이 됐다.

택시기사가 힐끗 쳐다본다. 이곳이 처음이라는 말에 기사가 냉큼 말을 맞받아친다.
"정든닭발은 안산의 자랑거리입니다." 필자처럼 외지에서 종종 찾아오는 손님을 태운다는 기사는 '정든닭발' 자랑을 연발한다. 불행히도(?) 골수 팬의 얘기를 다 듣기도 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안산의 자랑거리'라. 참으로 무지막지한 타이틀이다. 이 타이틀을 따려면 세속적인 성공 외에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아니 알파에 세속적인 성공이 더해져야 한다. 그 알파는 무엇일까.

그런 의문을 갖고 '정든닭발' 본점에 들었을 때 김영숙 대표는 매장에서 종업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마디 던지는 말들이 걸쭉하고 거침이 없다. 직선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단 번에 알 수가 있다. 가만히 듣고 보면 정이 담뿍 담긴 말이다. '정든' 이라는 상호가 주는 선입견에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러고 보면 회사 이름이 '(주)정든', 형용사로 끝난다. 특이한 상호다. '정든'이라는 형용사 다음에 이어질 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소통이지요. 고객들과의 소통, 직원들과의 소통입니다." 소통은 그녀가 던지는 첫 번째 메시지이다. 뜻밖의 언어였다. 김 대표의 소통을 이해하자면 장사의 시작 얘기를 풀어봐야 한다.

시작은 초라했다. 1986년 가을 어느 날 늦은 밤, 안산 중앙동 주차장 인근 부지에 포장마차가 등장했다. 불 꺼진 주차장 인근 한 구석에 볼 폼 없이 펼쳐진 포장마차에서 김영숙씨는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렸다. 한 두 시간이 지났을까. 한 여자가 들어섰다. 첫 손님은 역술을 하는 여자 분이었다.

"그 분이 그러더군요. 한 10년 고생해야 한다고요." 당시에는 황당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첫 손님의 말대로 고생을 하게 된다. 10년이 지난 1995년 9월, 그녀는 가까스로 가게를 얻었다. 가게의 이름은 '정든포장마차'. '정든'의 스토리는 여기서부터 본격화된다.

포장마차를 할 때와는 달리 손님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매출이 늘어났지만 아직 종업원을 쓸 때는 아니었다. 바삐 일할 때 그녀가 쓴 전법은 손님들을 부려먹는 일(?)이다. "단골인 술집 얘들이 훌쩍 거려요. 술집 손님과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지요. 그럴 때마다 내가 한마디 거들지요. '어느 놈이냐, 닭발 먹으면서 그 놈도 함께 먹어라.'"

"일을 하다가 바쁘면 손님들에게 서슴없이 말했죠. '가져다 먹으라고요.' 나중에는 손님들이 알아서 냉장고에서 꺼내 먹더라고요." 손님들을 활용하는 것, 이것을 그녀는 '소통'이라고 했다. 소통의 방식은 명령뿐만 아니다. 때로는 욕도 하고, 반말도 했다. 그녀 말대로 손님들과의 달콤한 교감을 나눈 것이다. 교감은 1차 고객인 종업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소통만큼 중요한 마케팅은 없지요." 그녀는 '정든포장마차'를 1년 만에 접고 2006년 가을 이웃한 건물 2층으로 들어갔다. 상호명은 '정든닭발'. 이곳에서 그녀의 승승장구가 시작된다. 70여 평의 가게가 저녁 7시도 안 돼 손님 줄을 세우는가 하면 하루 매출 1000만 원을 웃도는 등 명성을 날렸다. 재빠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이곳을 벤치마킹, 2000년 초 닭발 프랜차이즈의 시작을 알린 곳이기도 하다.

정든 이웃, 정든 사회 만들기 나눔 앞장

이 대목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버린 자식 취급 받았던 닭의 부산물인 닭발을 대중화했다는데 '정든'의 역할은 탁월했다. '대중화'라, 이는 비범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 모두들 비범한 것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 하나 김영숙 대표는 '평범 속에서 비범'을 찾는 방법을 몸소 보여줬다.

사람들은 왜 평범한 것에서 비범한 것을 끌어내지 못하는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그만 차이를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사소한 차이에서 비범한 사람들은 사업의 규칙을 만들어내고, 그 차이를 못 느끼는 평범한 사람들은 만들어진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범한 아이템으로 승부하라'가 김영숙 대표가 들려주는 두 번째 메시지이다.
2008년 9월에는 (주)정든 법인을 설립하고 안산 중앙역 인근에 4층짜리 사옥을 마련했다. (주)정든은 2011년 1월 현재 3개의 직영점 외에 10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정든'이라는 이름으로 닭계장, 닭곰탕, 참기름 ,고춧가루, 볶음께, 돌김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1인 포장마차가 종업원 80여 명을 거느린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까지가 (주)정든 김영숙 대표의 일반적인 성공기이다. 다른 얘기를 시작해보자. 그녀는 고양시 역도연맹 회장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로 역도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비인기 종목이라 전지훈련 비용이 모자란다나요. 술 마시다가 얼떨결에 비용부담을 약속한 것이 오늘날까지 왔어요. 역도하는 사람들이 너무 순수해요. 우연히 한발 들여놓았는데 이제는 스스로 두발을 담그고 있지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전지훈련 비용을 부담한 그녀는 불합리하다. 허나 불합리하다고 해서 올바르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옳다는 것은 합리성 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녀는 매달 안산시에도 기부금을 내고 있다. 안산시는 그 돈으로 쌀도 사고 라면도 사서 이웃을 돕고 있다. '정든' 정도의 사업체를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돈을 축적하는 길을 걷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그녀를 보면서 '체다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유대 전통인 '체다카'는 자선행위로 이해되지만 정의롭게 한다는 뜻도 갖고 있다. 어울리기 힘든 단어인 자선과 정의는 (주) 정든이 걸어가는 길이다.

'정든'을 보면서 '성공의 척도는 결코 얼마나 많은 돈을 쌓아두는 것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해본다. 자본주의 사회라서 더욱이 하는 말이다. 성공가도에 매달리는 작금의 사회 풍토라서 하는 말이다. 사회는 향기로워야 한다. 향기는 이웃과 함께 하는 작은 실천에서 나오는 법이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면서 택시기사가 한 말을 되뇌어봤다. "안산의 명물이자 재야의 고수이지요. 일숫돈 100만 원으로 시작한 정든포장마차가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정든 이웃, 정든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정보철 칼럼니스트
이니야 대표/hinoon5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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